정리하는 삶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최소정 목원님이  

비자를 받으러 한국에 갔는데 비자를 받지 못해서  

당분간은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비자를 어렵지 않게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곳의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에 들어올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짐들을 정리하여 한국으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부와 성도님 두 분이 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최소정 목원님은 두 아들과 함께 여기 잠시 살았기에  

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짐을 정리하면서  

‘내가 최소정 목원님의 짐을 정리하여 한국으로 보내주게 될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는데... 짐을 정리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마음 깊이 생각되는 것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도록  

짐을 간소화 해야겠구나’하는 것입니다.  

짐을 싸면서 우리 집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곳 저곳에 틀어박혀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집의 서재와 교회 사무실, 그리고 교회 창고에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신학교 때의 책들도 서재에 꽂혀 있지만  

더 이상 보지 않을 책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 때 구입한 책들이기에,  

미련이 있어서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책은 버리면 언젠가는 그 책이 필요해져서 버린 것을 후회하게  

되기도 하기에, 버리면서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버릴 것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집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사용하지 않아도 버리게 되면 아쉬운 물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 소정 목원님의 짐을 정리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누가 내 집을 정리해 주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니까  

나도 빨리 짐들을 정리해서 간소화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짐을 간소하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급해 졌습니다.  

빨리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깨가 조금 더 회복되면 조금씩이라도 정리해야겠습니다. 

인생은 앞일에 대해서 한 치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런데도 아는 것과는 달리, 삶에서는 욕심으로 쌓아놓고 살아가려는 것이 

또한 우리 인생입니다.  

모든 것이 버리기가 아깝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내가 원치 않아도 버려야 될 때가 있습니다.  

가지고 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손으로 미리 미리 정리하며,  

나누고 살아가는 것이 복된 것 같습니다.  

주님이 사랑하시는 성도님!

성도님께서는 정리해야 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요?  

나누어야 될 것이 무엇이 있는지요?  

미리 미리 정리하고 나누게 된다면  

이 땅에서의 짐도 점점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  

올해는 정리하면서, 나누면서,  

복되게 살아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5년 1월 18일 칼럼